구매 계기


MX Keys Mini


학부생 시절 연구실에서 사용한 로지텍의 팬터그래프 키보드인 MX Keys는 낮은 높이로 인한 손목의 편안함, 확실한 클릭감과 쫀득함이 매력적인 키감, 멀티 페어링이라는 장점 등으로 나에게 키보드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제품이었다. 그러나 풀배열로 인해 마우스 사용성이 저하되는 단점이 너무 아쉬웠고, 다음 키보드 구매 시 꼭 텐키리스를 구매하자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MX Keys, 지금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키보드다.


취업 후 데스크 세팅에 대한 뽐뿌와 회사 업무용 키보드 교체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 다음과 같은 나에게 필요한 키보드의 조건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었다.


  • 팬터그래프 (기계식은 높이 때문에 팜레스트 사용이 반 강제되고 소음도 거슬린다.)
  • 텐키리스 (마우스를 편하게 사용하고 싶다.)
  • 무선 (책상 위가 깔끔했으면 좋겠다.)
  • 멀티페어링 (아이패드와 업무용 PC를 자유 자재로 전환할 수 있어야 했다.)
  • 내장 배터리 (건전지 사러가기 귀찮다.)
  • USB Type-C 충전단자 (2021년에 인간적으로 5핀은 좀;;)
  • 화이트 또는 밝은 색 계열의 고급스러운 디자인 (데스크 세팅에 잘 어울려야 한다.)


슬프게도 이 모든 리스트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키보드들는 존재하지 않았다. 팬터그래프 키보드는 얇게 만들 수 있다는 특성상 저가 휴대용 블루투스 키보드 모델이 대부분이었고, 거르고 거른 최종 후보군들은 하나씩 나사가 빠져있었다.


  • 애플 매직키보드2 : 멀티페어링 안됨, 윈도우에서 사용성 나쁨, 라이트닝 포트
  • 레노버 울트라나브2 : 디자인 구림, 디자인 구림, 디자인 구림
  • 마소 디자이너 컴팩트 키보드 : 건전지 사용
  • 로지텍 K380 : 플라스틱의 싼 느낌, 건전지 사용


결국 내장배터리를 포기하고 마소 디자이너 키보드를 사거나, 팬터그래프를 포기하고 기계식 키보드에서 더 넓은 선택지로 고르기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선 나는 한성 GK888B 무접점 키보드를 구매했다. 팬터그래프를 포기하고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새로운 기계식 키보드를 찍먹해보는 것도 신선한 경험이었기에 나름대로 키캡질도 하며 만족스럽게 사용했다. 다만 회사 컴퓨터에서 블루투스 동글을 차단하는지도 모르고 산 제품이고 RF무선도 지원하지 않는 제품이라 안타깝게 유선으로 사용해야 했다.


그런데 새 키보드를 사고 고작 두달 후, 로지텍은 기습적으로 위 조건을 모두 만족해버리는 MX Keys Mini를 발표했다. 돈은 아깝지만 나의 드림 키보드였기 때문에 출시 당일 바로 배대지 직구로 구매했고, 키보드가 도착한 후 한성 키보드는 바로 당근에 넘겨버렸다.




첫인상


MX Anywhere3 마우스와 깔맞춤


깔끔한 패키징의 박스를 개봉하고 키보드를 들어올리니 팬터그래프 키보드로는 드물게 알루미늄 바디를 채택하고 휴대성을 포기한 제품답게 묵직한 무게가 느껴졌다. 내가 구매한 색상은 Pale Gray로, MX Anywhere3와 깔맞춤이 인상적이었다. 오래 기다려왔던 제품인 만큼 기대감에 키부터 바로 눌러보았고, MX Keys에서 느꼈던 것과 동일한 고급스러운 쫀득함을 느낄 수 있었다




스펙, 기능


  • 크기: 131.95mm x 295.99mm x 20.97mm
  • 무게: 506.4g
  • 색상: Pale Gray, Rose, Graphite, Black
  • 레이아웃: 미니 배열, 윈도우/맥 레이아웃 (키캡 위치 차이)
  • 연결방식: Logi bolt receiver(USB Type-A), 블루투스 5.0, 3대 멀티페어링, 유선 연결 미지원
  • 배터리: USB Type-C 충전식 내장 배터리, 백라이트 미사용시 5달, 백라이트 사용시 10일 연속 사용
  • 부가기능: 손 감지 센서와 조도 센서를 통해 자동 동작하는 백라이트,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한 커스터마이즈 및 플로우 컨트롤(Logitech Options)


MX Keys Mini는 전작과 다르게 총 4가지 색상으로 출시되었다.




사용기


MX Keys의 아들답게 사용성은 배열 차이를 제외하곤 완전히 동일했다. 팬터그래프 키보드 특유의 확실한 클릭감과 조용한 타건음, 오목한 키캡과 분명히 구분되는 키 간격으로 인한 적은 오타율, 특유의 무게감에서 오는 단단함, 낮은 높이 덕분에 팜레스트 없이도 편안한 손목, 손쉬운 기기간 페어링 전환까지. 사실상 제품 내적으로는 단점을 찾기 힘든 완벽한 키보드였다.


소소하지만 펑션락이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덕분에 F1~F12와 기능키들 중 자신이 선호하는 방식을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기능키들 중 잠금 버튼과 캡처 앤 스케치 버튼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단축키를 몰라도 편리하게 화면을 잠그고 화면의 원하는 영역을 캡처할 수 있었다(그전까진 캡처 앤 스케치 기능이 있는지도 몰라서 프린트 스크린만 썼다).


그나마 존재하는 제품 내적 단점은 단 두가지 뿐이다. 미니배열과 고스트현상.


미니배열 중에서도 쉬프트키의 오른쪽을 잘라내고 방향키를 줄이지 않은 미니배열과 다르게, MX Keys mini는 애플 매직키보드처럼 쉬프트 밑으로 방향키를 넣는 선택을 했다. 사실 무조건적인 단점은 아니고 공간 활용과 방향키 사용성의 trade-off로 취향차이에 가깝다.


고스트 현상으로 인해 한글 "의"와 같은 일부 글자의 동시입력이 불가능하다.


고스트현상도 타자가 정말 빠른사람이 아니라면 체감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타자 속도가 평범한 편이고 MX Keys와 MX Keys Mini를 합쳐서 약 1년 반 정도 사용했는데, 고스트 현상이란 것이 있는 줄도 몰랐고 단 한번도 체감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직접 실험해보니 분명히 고스트 현상이 최소 3키부터 나타났고, 약 최대 6키 부터는 무조건 발생했다. 타자가 정말 빠른 사람이 사용하거나 게임할때 체감이 될 수도 있을 부분이다(이걸 게임용으로 사는 사람은 없겠지만).


사실 이 키보드를 쓰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제품의 외적 부분에서 발생했다.


보안성을 강화한 연결방식인 Logi bolt receiver "미포함"


키보드가 도착하고도 몇 주간 회사에선 사용할 수가 없었는데, 새롭게 발매된 볼트 수신기가 포함되지 않은 채로 판매되기 때문이다. 전작엔 유니파잉 수신기를 기본 구성품으로 넣어줬는데 도대체 이번엔 왜 빼버린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심지어 MX Keys Mini와 수신기를 동시에 발매한것도 아니고 수신기가 약 2~3주 정도 더 늦게 발매됐다. 더욱 킹받는 것은 그보다 조금 앞서 출시된 Pop Keys라는 제품에는 볼트 수신기가 기본 구성품으로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도대체 이해할수 없는 구성과 발매시기 덕분에 키보드 값 + 배대지 배송비 + 수신기 값 + 배대지 배송비에 시간까지 한달 이상 소요되어 시간과 돈이 모두 털려버린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겨우겨우 볼트 수신기를 수령해 집 컴퓨터로 키보드와 수신기를 페어링했고, 회사에서 사용해본 결과 다른 RF방식 무선키보드와 같이 차단되지 않고 원활하게 사용될 수 있었다. 수신기의 통신 방식이 블루투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해서 혹시 차단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컴퓨터에선 키보드 입력 장치로 인식했을 뿐 블루투스 동글로는 전혀 인식하지 않았다. 나중에 설명을 읽어보니 End-to-End 폐쇠형 시스템 덕분에 블루투스는 제품 사이의 통신에만 사용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컴퓨터가 받아보는 정보는 블루투스 통신 정보가 아닌 키보드 입력 정보 뿐이라는 것. 하긴 애초에 비즈니스 목적으로 나온 제품이니 막히면 말이 안되긴 하다.


볼트 수신기로 입력시 유선과 동일한 수준으로 지연시간을 느낄 수 없었고, 또한 볼트 수신기에 페어링 된 기기로의 전환은 전환버튼을 누르는 동시에 이루어졌다. 블루투스 기기로 전환에 약 2~3초가 걸리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기계식 키보드는 깊게 빠지면 윤활에 흡음재에 보강판 등등 이것저것 손댈게 많은데, 이 제품은 손댈 방법이 거의 없다. 순정 상태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 오히려 그 점이 이 키보드 자체의 매력을 온전히 즐길 수 있게 해준다고 생각된다. 키감 좋은 키보드를 오래 사용하고 싶지만 키캡 청소조차 귀찮아하는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제품이기에, 앞으로 이 키보드에 아주 오래 정착하게 될 것 같다.




장점 요약


  • 미니배열 채택으로 인한 책상 위 공간 활용 극대화
  • 좋은건 전부 때려넣은 스펙과 기능, 최고의 키감
  • 낮은 높이 덕분에 팜레스트 없이도 편안한 손목
  • 어디에나 어울리는 깔끔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마감
  • 윈도우, 리눅스, 맥에서 모두 사용성 좋음
  • 블루투스 차단된 환경에서도 사용 가능한 보안성이 강화된 볼트 수신기




단점 요약


  • 텐키리스 버전을 바랬던 사람들에겐 아쉬운 미니배열과 방향키
  • 볼트 수신기도 미포함인데 MX Keys 풀배열과 동일한 가격
  • 최소 3키 동시입력부터 발생하는 고스트 현상




총평


킹받는 가격이지만, 팬터그래프 키보드 끝판왕을 원하는 사람들에겐 거의 유일한 선택지